블랙 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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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샥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를 떠도는 불타는 눈의 거대한 검은 개. 1577년 폭풍 속에 번게이·블라이스버러 교회에 들이닥쳐 신자들을 죽였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블라이스버러 교회 북쪽 문에는 지금도 '악마의 발톱 자국'이 남아 있다.

1577~현대 (전설)영국 이스트앵글리아11분 분량

개요

여기서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거대한 유령 개라는 존재 자체는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영국 민담(folklore)의 전승이다. 반면 1577년 이스트앵글리아를 강타한 격렬한 뇌우와 그로 인한 교회 피해, 그리고 그 사건을 기록한 동시대 소책자는 역사 기록으로 확인된다. 이 글은 ⑴ 전승으로서의 검은 개, ⑵ 1577년 사건에서 확인되는 사실, ⑶ 그 사이를 잇는 여러 해석을 구분해 읽는다.

배경 — 영국의 유령 검은 개 전승

검은 개(black dog)는 영국 민담에 폭넓게 등장하는 모티프다. 어두운 길과 묘지, 처형장, 옛 길과 호숫가, 해안을 배회하는 거대한 검은 짐승으로, 마주친 사람에게 불운이나 죽음을 예고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지역마다 이름이 다른데, 요크셔의 패드풋(Padfoot), 요크의 바게스트(Barghest), 뉴게이트 감옥의 검은 개 등이 비슷한 계열의 전승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승 속 블랙 샥의 성격이 양면적이라는 것이다. 한쪽 갈래에서는 그를 마주치는 것이 곧 죽음의 징조인 불길한 마귀로 그리지만, 다른 갈래에서는 길 잃은 사람을 집까지 바래다주거나 위험에서 지켜 주는 수호자로 묘사하기도 한다. 즉 '죽음의 전조'는 블랙 샥 전승의 가장 유명한 얼굴일 뿐, 유일한 얼굴은 아니다.

타임라인

  1. 1577.08.04
    이스트앵글리아에 격렬한 뇌우. 같은 날 번게이 성 마리아 교회와 블라이스버러 성삼위일체 교회에서 '검은 개'가 신자들을 해쳤다는 일화가 전해짐
  2. 1577
    성공회 성직자 에이브러햄 플레밍이 소책자 《A Straunge and Terrible Wunder》를 펴내 번게이 사건을 기록
  3. 1850
    활자화된 'Black Shuck'이라는 이름의 첫 기록 — 목사 E. S. 테일러가 학술지 《Notes and Queries》에 '불타는 눈에 거대한 몸집'으로 소개
  4. 19~20세기
    민속학자들(W. H. 배럿, 에니드 포터 등)이 노퍽·서퍽·케임브리지셔의 검은 개 목격담을 채록
  5. 2014
    서퍽 레이스턴 수도원 발굴에서 그레이트데인 크기의 대형 개 뼈 발견 — 'Black Shuck의 유해냐'는 보도가 잇따랐으나 매장 시기가 18세기 말로 추정돼 1577년과 무관
  6. 현재
    번게이에서 'Black Shuck Festival'이 열리는 등 지역 문화·관광 콘텐츠로 자리잡음

1577년 사건 / 확인된 사실

1577년 8월 4일에 관해 사실로 확인되는 것전승으로 전해지는 것을 나눠 보자.

요컨대 확인되는 사실은 ⑴ 1577년 이스트앵글리아에 격렬한 뇌우가 있었고, ⑵ 그 사건을 기록한 소책자가 실재하며, ⑶ 블라이스버러 교회의 첨탑 붕괴와 문의 그을린 흔적이 실제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반면 '거대한 검은 개가 사람의 목을 꺾어 죽였다'는 것은 전승의 영역이다.

핵심 의문

이 사건의 의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1577년 8월 4일, 이스트앵글리아의 두 교회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검은 악마 개'의 전설이 만들어졌는가.

이 질문은 다시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교회의 사상자와 건물 피해는 무엇이 일으켰나 — 초자연적 짐승인가, 자연 현상인가. 둘째, 왜 하필 '검은 개'의 형상으로 이야기되었나 — 이미 존재하던 검은 개 전승이 사건 해석의 틀을 제공한 것인가. 셋째, 블라이스버러 교회 문의 그을린 자국은 무엇의 흔적인가 — 개의 발톱인가, 번개·화재의 흔적인가.

가설

현재 상태 / 남은 의문

근래에는 전설에 새로운 화제가 더해지기도 했다. 2014년 서퍽 레이스턴 수도원(Leiston Abbey) 발굴에서 그레이트데인 크기(어깨높이 약 72cm, 뒷다리로 서면 약 2.1m)의 대형 개 골격이 나오자, '드디어 블랙 샥의 유해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 개는 18세기 말 무렵 정성껏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 1577년 사건과는 약 200~300년의 시차가 있고 노령으로 관절이 변형된 평범한 대형견이었다. 즉 블랙 샥의 물적 증거가 아니라, 전설이 현대의 발견을 어떻게 빨아들이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에 가깝다.

결국 남은 의문은 좁고 분명하다. 1577년 그날 이스트앵글리아의 두 교회에서 사람들이 죽고 건물이 무너진 것은 격렬한 폭풍이라는 사실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 충격을 '불타는 눈의 검은 악마 개'로 형상화한 것은 이미 존재하던 민담과 시대의 종교적 불안이 빚어낸 해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블라이스버러 교회 북쪽 문의 그을린 자국이 번개의 흔적인지 '악마의 발톱'인지는 — 현재의 증거로는 — 깔끔하게 닫히지 않은 채, 지금도 교회 문에 남아 방문객을 맞고 있다.

출처

  1. Black Shuck — Wikipedia
  2. Black Shuck: The Devil Dog of English Folklore — Discovery UK
  3. What is the story of Black Shuck in Bungay in Suffolk? — Great British Life
  4. The Black Shuck — Visit Bury St Edmunds
  5. 2014: Large Dog Skeleton Discovered Under Church — Anoma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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