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중음모론

분실된 우주비행사

가가린 이전·전후에 소련이 죽은 우주비행사들을 은폐했다는 음모설. 토리노 근교에서 '죽어가는 교신'을 녹음했다는 이탈리아 형제와 일류신 설이 핵심이지만 정설로 반박됐다. 다만 본다렌코 화재사 은폐는 실제였다는 점에서 '부분적 진실'이 얽힌 사건이다.

1960~1964년소련 / 이탈리아12분 분량

개요

이 사건이 단순한 헛소문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소련이 실제로 우주비행사의 죽음을 은폐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가린 비행을 불과 3주 앞두고 훈련 중 화재로 숨진 발렌틴 본다렌코(Valentin Bondarenko)의 죽음은 수십 년간 은폐됐다가 1980년대에야 공개됐다. 이 '검증된 은폐 한 건'이 있었기에, 검증되지 않은 '유령 우주비행사' 주장에도 신빙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본 글은 무엇이 검증된 사실이고 무엇이 미검증 주장인지를 구분하는 데 초점을 둔다.

배경 — 우주경쟁과 소련의 비밀주의

1957년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이후, 미국과 소련은 우주를 냉전의 무대로 삼아 격돌했다. 양국 모두 성공만을 선전했지만, 그 방식은 사뭇 달랐다. 미국 NASA는 발사를 사전 예고하고 실패까지 공개했던 반면, 소련은 성공이 확정될 때까지 발사 일정조차 비밀에 부쳤고, 실패는 사후에도 좀처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극단적 비밀주의가 '유령 우주비행사' 음모설의 토양이 됐다. 소련이 무엇을 숨기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었으므로, "공개된 성공 뒤에 은폐된 실패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자연스럽게 자라났다. 여기에 냉전기 서방 언론의 경쟁적 보도, 소련 체제에 대한 불신이 더해지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망설들이 신문 지면과 라디오 전파를 타고 퍼져나갔다.

특히 1959년 12월에는 이탈리아 통신사 콘티넨탈레(Continentale)가 알렉세이 레도프스키(Alexei Ledovsky)를 비롯한 여러 우주비행사가 비밀리에 발사됐다 사망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명단은 출처가 불분명한 채로 이후 음모설의 단골 소재가 됐다.

타임라인

  1. 1959년 12월
    이탈리아 통신사가 알렉세이 레도프스키 등 비밀 우주비행사 사망설을 보도 (출처 불분명, 이후 음모설의 원형이 됨)
  2. 1960년 11월 28일
    주디카-코르딜리아 형제가 '조난 중인 우주선에서 온 희미한 모스 부호 SOS'를 수신했다고 주장
  3. 1961년 3월 23일
    우주비행사 발렌틴 본다렌코가 산소 과포화 고립 챔버 훈련 중 화재로 사망 — 소련이 은폐 (실제 사건)
  4. 1961년 4월 7일
    영국 데일리 워커 기자 데니스 오그던이 블라디미르 일류신의 '교통사고'가 실패한 우주비행 은폐라고 주장
  5. 1961년 4월 12일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로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 (검증된 정설)
  6. 1961년 5월
    형제가 '질식하는 우주비행사의 거친 숨소리와 빠른 심장박동'을 녹음했다고 주장 (이른바 '루드밀라' 녹음)
  7. 1963년 5월 23일
    형제가 대기권에서 불타며 죽어가는 여성 우주비행사의 교신을 녹음했다고 주장 (가장 유명한 녹음)
  8. 1980년 / 1986년
    본다렌코의 죽음이 서방(1980)과 소련 이즈베스티야(1986)를 통해 공개됨

주장들 (주디카-코르딜리아 녹음·일류신 설 등)

음모설을 떠받치는 두 기둥은 이탈리아 형제의 녹음과 일류신 설이다. 둘 다 '주장'의 영역에 속하며, 검증된 물증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검증된 은폐 — 본다렌코 사례

음모설의 거의 모든 갈래가 반박되는 와중에도, 소련이 우주비행사의 죽음을 실제로 은폐한 한 건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사례가 '부분적 진실'의 핵심이다.

본다렌코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소련이 우주비행사의 죽음을 은폐할 동기와 실행력이 있었음을 입증한다. 둘째, 동시에 그 은폐가 '궤도에서 죽은 유령 우주비행사'가 아니라 '지상 훈련 중 사고'였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은폐는 실재했으나, 그것이 곧 비밀 궤도 비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심 의문

분실된 우주비행사 논의의 무게중심은 세 가지 물음에 있다.

첫째, 이탈리아 형제의 녹음은 실제 소련 우주선에서 온 것인가. 토레 베르트와 녹음의 존재 자체는 검증되지만, 음원이 소련 유인 우주선의 교신이라는 핵심 연결고리는 입증된 적이 없다.

둘째, 공개된 성공 뒤에 은폐된 유인 비행 실패가 있었는가. 소련의 비밀주의와 본다렌코 은폐는 그런 의심에 빌미를 준다. 그러나 의심의 정황과 실제 비행의 증거는 다른 문제다.

셋째, 대량 기밀해제 이후에도 왜 증거가 나오지 않는가. 냉전 종식 후 소련 우주계획 초기 문서가 대거 공개됐지만, '분실된 우주비행사'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

가설

현재 상태

분실된 우주비행사 음모설이 수십 년째 살아남은 이유는, 궤도에서 죽은 우주비행사의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다. 소련의 철저한 비밀주의라는 빈 공간과, 본다렌코라는 실제 은폐 한 건이 만나면서,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도 '그럴듯함'의 외피가 입혀졌기 때문이다. 사실(가가린이 최초)과 부분적 진실(은폐는 있었다)과 미검증 주장(유령 우주비행사)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 때, 음모는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 그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는 보는 이의 몫으로 남아 있다.

출처

  1. Lost Cosmonauts — Wikipedia (English)
  2. Judica-Cordiglia brothers — Wikipedia (English)
  3. Valentin Bondarenko — Wikipedia (English)
  4. The 'Lost Cosmonauts' Theory And The Recording That Claims To Back It Up — IFLScience
  5. Words Without Burden: The Cosmonaut Ludmila Recording And Its Misinterpretation — Eclectic (Trinity College)
  6. The Lost Cosmonauts: A Story of Soviet Secrets and Space Hackers — The Deb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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