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비우스
Wikimedia Commons / Martin Addison · CC BY-SA 2.0 · 테마 이미지
미해결도시전설

폴리비우스

1981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오락실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는 의문의 아케이드 게임 '폴리비우스'—플레이어에게 발작과 환각을 일으키고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데이터를 수거해 갔다는 이 괴담은, 실은 2000년경 한 게임 데이터베이스 게시물에서 시작된 인터넷 크리피파스타다.

1981(괴담 2000~)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 인터넷11분 분량

개요

이야기는 흔히 '정부 마인드컨트롤 실험'이라는 음모론과 결합해 전해진다. 게임이 CIA의 MK울트라 같은 프로그램의 일환이었고, 발작·환각은 부작용이며, 검은 양복의 남자들은 실험 데이터를 회수하던 요원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아카이브의 [mkultra] 사건이 이 상상의 배경으로 자주 호출된다. 그러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폴리비우스는 1981년의 실험실이 아니라 2000년경의 한 게임 정보 사이트 게시물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이 사건 파일은 무서운 결말 자체보다, 현실의 단편들이 어떻게 한 편의 아케이드 괴담으로 조립되었는가를 추적한다.

전해지는 이야기

이야기의 핵심 장치는 두 가지다. 첫째, 게임의 '효과'다. 플레이어들은 화면을 보는 동안 발작을 일으키거나 환각을 보았고, 게임을 마친 뒤에도 불면·악몽·기억상실에 시달렸으며, 그러면서도 기계 앞을 떠나지 못해 캐비닛 앞에 길게 줄을 섰다고 전해진다. 일부 판본은 플레이어들이 자해나 자살에 이르렀다고까지 덧붙인다. 둘째,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오락실을 찾아 기계를 열고 무언가를 기록해 갔는데, 정작 동전함의 수입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두 장치가 결합해, 게임이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비밀 실험 장치였다는 인상을 만든다.

타임라인

  1. 1981-11-29
    포틀랜드의 한 오락실에서 두 건의 건강 이상이 발생—12세 브라이언 마우로가 'Asteroids' 28시간 마라톤 중 복통, 마이클 로페즈가 'Tempest' 플레이 후 편두통으로 잔디밭에서 쓰러짐 (실제 사건)
  2. 1981-12 (약 10일 뒤)
    FBI가 포틀랜드 오락실들을 단속—불법 도박 기계 개조 혐의. 단속 전 요원들이 고득점 화면의 이니셜을 기록함 (실제 사건)
  3. 1981~1982
    비디오게임 유발 광과민성 발작 사례가 미국에서 다수 보고됨 (1980년대 초 최소 9건) (실제 사건)
  4. 1982
    일리노이주에서 한 청소년이 'Berzerk' 플레이 중 심장마비로 사망—게임이 직접 원인은 아니나 '저주받은 아케이드' 소문을 키움 (실제 사건)
  5. 2000-02-06 (추정)
    아케이드 게임 데이터베이스 coinop.org에 폴리비우스 항목이 등장—'이 게임 들어본 사람?'이라는 메모와 함께 (괴담의 최초 기록)
  6. 2003-09
    잡지 'GamePro'가 '비밀과 거짓말' 특집에서 폴리비우스를 '확인 불가'로 소개—제보는 coinop.org 운영자에게서 나옴
  7. 2006
    온라인 포럼에서 'Steven Roach'를 자처한 인물이 자신이 Sinneslöschen을 만들었다고 주장 (검증 안 됨)
  8. 2013-05
    Brian Dunning이 Skeptoid 팟캐스트에서 괴담의 현실 기원을 분석·정리

(괴담 측 항목은 후대에 정착된 것으로 1차 근거가 없으며, 실제 사건 측 날짜는 출처마다 세부가 다소 엇갈린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본문 참조.)

확인된 사실 vs 괴담

이야기가 끈질기게 살아남는 이유는, 괴담의 뼈대에 검증 가능한 현실의 단편들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Skeptoid의 Brian Dunning은 폴리비우스 전설을 이루는 거의 모든 요소가 1981~1982년 포틀랜드와 그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의 조합이며, "대중적 전설과 실제 역사 기록을 가르는 유일한 차이는 '폴리비우스'라는 게임 이름뿐"이라고 정리한다.

즉 폴리비우스는 무(無)에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무관한 실제 사건들—마라톤 게이머의 탈진, 광과민성 발작, FBI의 도박 단속과 이니셜 기록, 'Berzerk' 사망 소문—이 하나의 게임 이름 아래로 묶이면서 만들어진 합성물에 가깝다.

핵심 의문 — 어떻게 생겨났나

폴리비우스에서 가장 결정적인 의문은 "그 게임이 정말 존재했는가"가 아니라, "왜 1981년에 있었다는 게임의 흔적이 1981년에는 전혀 없고, 2000년에야 처음 나타나는가"다. 만약 발작과 실종을 부른 게임이 실재했다면, 1981년 당대의 신문 한 줄, 기판 하나, 캐비닛 사진 한 장은 남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기록을 거꾸로 따라가면, 폴리비우스의 가장 이른 흔적은 아케이드 게임 데이터베이스 coinop.org의 한 항목이다. 이 항목에는 1998년 8월 3일이라는 날짜가 붙어 있으나, 이는 시스템 기본값으로 보이며 실제 작성 시점은 2000년 2월 6일 무렵으로 추정된다. 당시 메모는 "새로 추가함—이 게임 들어본 사람 있나?" 수준의 짧은 글이었다. 즉 전설이 글로 처음 굳어진 시점이, 사건이 있었다는 1981년이 아니라 인터넷 시대인 2000년 전후라는 점이 핵심이다.

또 하나의 단서는 제작사 이름이다. Brian Dunning은 'Sinneslöschen'이 '감각 삭제(sense delete)' 혹은 '감각 차단'을 뜻하려 한 듯하나 독일어로는 어색한 비관용적 조어라고 지적한다. 영어 사용자가 영독사전을 뒤져 새 단어를 만들었을 때 나올 법한 형태라는 것으로, 이는 이야기의 기원이 1981년의 독일계 제작사가 아니라 후대 영어권 창작자임을 시사한다.

가설

현재 상태 / 문화적 영향

다만 여전히 또렷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coinop.org 항목의 정확한 최초 작성 시점(1998년 표기 vs 2000년 실제), 그 게시물을 처음 올린 사람의 정확한 의도, 2006년 'Steven Roach' 자처 인물의 정체는 단정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사이트 운영자가 트래픽을 끌기 위해 만든 이야기라는 설을 제기하나, 이 역시 확정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폴리비우스가 끈질기게 살아남는 이유는, '진짜 사건'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다시 쓰고 옮길 수 있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 전설은 이후 수많은 동인 게임과 가짜 캐비닛, 다큐멘터리, 음악, 소설(어니스트 클라인이 영향을 언급)로 재가공되었고, 2017년에는 정식 비디오게임 'Polybius'가 출시되기까지 했다. 끝없는 재생산 그 자체가, 폴리비우스가 조사된 역사가 아니라 변형되는 디지털 민담으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결국 폴리비우스의 진짜 무대는 1981년 포틀랜드의 어두운 오락실이 아니라, 무관한 현실의 조각들을 하나의 음모로 엮어 낸 이야기의 전승 그 자체다.

출처

  1. Polybius (urban legend) — Wikipedia (영문)
  2. Polybius: Video Game of Death — Skeptoid (Brian Dunning)
  3. The Urban Legend of the Government's Mind-Controlling Arcade Game — Atlas Obscura
  4. Polybius: The Most Dangerous Arcade Game in the World — Portland Monthly
  5. Read the urban legend about the government's secret mind-altering arcade game — The A.V. Club

Related · 관련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