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백룸스
Wikimedia Commons / Martin Addison · CC BY-SA 2.0 · 테마 이미지
미해결도시전설

더 백룸스

2019년 4chan /x/에 올라온 텅 빈 노란 사무실 사진 한 장과 'noclip' 댓글에서 시작돼, 위키 기반 협업 창작과 케인 픽셀스의 영상으로 폭발한 집단 창작 인터넷 괴담 '더 백룸스'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됐는지, 그리고 왜 그토록 무서운지를 추적한다.

2019년~인터넷 (4chan 발)10분 분량

개요

'더 백룸스(The Backrooms)'는 현실에서 'noclip(벽을 뚫고 빠져나감)'하면 도달한다는, 끝없이 반복되는 텅 빈 공간을 다룬 인터넷 괴담이자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미학의 대표 사례다. 노란 벽지와 낡은 카펫, 윙윙대는 형광등으로 가득 찬 무한한 빈 사무실이라는 설정은 2019년 한 장의 사진과 짧은 댓글에서 출발해 수많은 익명 이용자의 손을 거쳐 거대한 허구 세계로 확장됐다.

시작 — 2019년 한 장의 사진

2019년 5월 12일, 4chan의 초자연 게시판 /x/에 한 익명 이용자가 "그냥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드는 불안한 이미지를 올려 보라"는 취지의 스레드를 열었다. 4chan은 게시물이 빠르게 떠밀려 사라지고 작성자가 익명으로 남는 구조라, 누가 무엇을 처음 올렸는지 사후에 추적하기가 어렵다. 백룸스 역시 특정한 '저자'가 없는 채로 시작됐다. 그 스레드에 누군가가 노란빛 벽과 비스듬한 각도의 텅 빈 방을 찍은 사진을 올렸고, 또 다른 익명 이용자가 그 사진에 짧은 설명을 덧붙이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사진 자체에는 어떤 괴물도, 사건도 없었다. 그저 인기척 없는 노란 방 하나가 살짝 어긋난 구도로 찍혀 있었을 뿐이다. 불안의 원천은 '무엇이 보이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빠져 있는가', 즉 마땅히 있어야 할 사람과 목적의 부재였다. 이 결핍의 감각이 짧은 댓글 한 줄과 결합하면서, 평범한 실내 사진은 곧 '현실 너머의 장소'로 재해석됐다.

그 댓글이 백룸스 신화의 원형이 됐다. 핵심 구절은 다음과 같다. "조심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서 현실 밖으로 noclip하게 되고, 결국 백룸스에 도달한다. 그곳엔 오래되고 축축한 카펫의 악취, 단조로운 노란색이 주는 광기, 최대 음량으로 윙윙대는 형광등 소음, 그리고 무작위로 분할된 약 6억 제곱마일의 텅 빈 방들뿐이다. 근처에서 무언가 배회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신의 가호를 빈다. 그것은 분명 너의 소리를 이미 들었으니까."

원본 사진의 출처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으나, 후일 네티즌들의 추적으로 2002년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가구점 내부를 찍은 사진으로 확인됐다. 보도와 위키 기록에 따르면 이 사진은 리모델링 중이던 매장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2024년 5월에는 그 장소가 위스콘신주 오슈코시의 한 가구점 건물로 특정됐다. 즉 괴담의 출발점이 된 '비현실적' 이미지는 사실 평범한 상업 공간의 한 컷이었다. 가장 무서운 인터넷 괴담의 시작이 어디에나 있을 법한 빈 가게의 스냅사진이었다는 점은, 백룸스의 공포가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익숙함의 변질'에서 나온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타임라인

  1. 2002-06
    훗날 백룸스의 원형이 되는 사진 촬영 — 위스콘신주 가구점 내부(추후 확인).
  2. 2019-05-12
    4chan /x/에 사진과 'noclip' 댓글 게시 — 백룸스 괴담의 원형 탄생.
  3. 2019-2021
    Reddit·Discord·위키로 확산. '레벨'과 '엔티티(개체)' 설정이 협업으로 증식.
  4. 2022-01-07
    케인 픽셀스(케인 파슨스)의 'The Backrooms (Found Footage)' 유튜브 공개 — 대중화 폭발.
  5. 2023-02
    케인 파슨스 감독의 장편 영화화 발표.
  6. 2024-05
    원본 사진의 실제 촬영 장소(위스콘신 오슈코시)가 네티즌 추적으로 특정됨.

확산 — 케인 픽셀스와 위키 협업

백룸스가 단순한 짤방을 넘어 '세계관'으로 확장된 데에는 두 가지 동력이 있었다. 첫째는 위키 기반 협업 창작이다. 원본 댓글에는 '무한한 노란 방'이라는 단일 공간만 있었으나, 이후 이용자들은 서로 다른 환경과 위험도를 가진 수많은 '레벨'과 그곳에 산다는 '엔티티(개체)'를 끝없이 추가했다. '레벨 0'은 원본의 노란 사무실 공간을 가리키고, 그 아래로 각기 다른 풍경과 규칙, 위험을 가진 레벨이 번호를 달고 증식했다. 누구나 항목을 작성·편집하는 이 구조는 익명 협업으로 방대한 괴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SCP 재단(SCP Foundation)과 자주 비교되며, 정해진 공식 원전 없이 다수가 분산적으로 설정을 쌓아 올리는 집단 창작의 전형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본(正本)'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같은 이름의 레벨이라도 어느 위키, 어느 커뮤니티에 있느냐에 따라 설정이 갈리고, 서로 모순되는 판본이 공존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noclip하면 도달하는 무한한 빈 공간'이라는 최소한의 공통 전제는 거의 모든 판본에 유지됐다. 분산 창작이 완전한 혼돈으로 흩어지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단순하고 강력한 핵심 이미지 덕분이었다.

둘째 동력은 영상이었다. 2022년 1월 7일, 당시 16세였던 유튜버 케인 파슨스(Kane Parsons, 채널명 '케인 픽셀스')가 'The Backrooms (Found Footage)'를 공개했다. 약 9분 길이의 이 영상은 1990년대 VHS 녹화처럼 연출돼, 한 인물이 현실에서 'noclip'해 노란 사무실로 떨어지는 과정을 1인칭으로 담았다. 실제로는 블렌더(Blender)와 애프터 이펙트로 제작한 CG에 VHS 필터를 입혀 '발견된 기록물' 질감을 만든 것이다.

이 영상은 누적 수천만 회 이상 재생되며 백룸스를 인터넷 하위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끌어올렸고, 후속편이 이어지는 시리즈로 확장됐다. 흥미로운 점은 케인 픽셀스의 백룸스가 위키 협업의 어느 판본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원본 이미지의 분위기를 차용해 별도의 독립된 서사로 재구성됐다는 사실이다. 즉 백룸스는 하나의 고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창작자가 같은 모티프 위에 각자의 세계를 짓는 '느슨한 공유 우주'로 작동했다. 2023년 2월에는 파슨스가 직접 감독하는 장편 영화화가 발표됐다. 익명 게시판의 댓글 한 줄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불과 몇 년 만에 메이저 영화 제작으로 이어진 셈이다.

핵심 의문 — 왜 무서운가(리미널 스페이스 심리)

백룸스에는 괴물의 추격 장면이 거의 없어도 불안을 일으킨다. 그 핵심은 '리미널 스페이스', 즉 복도·계단·로비처럼 본래 사람이 거쳐 가는 전이(轉移) 공간이 기이하게 텅 비어 있을 때 느끼는 위화감이다. 익숙한 장소가 마땅히 있어야 할 맥락(사람, 활동, 목적)을 잃었을 때 인간은 강한 이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위키백과는 이 미학을 "복도·도로·호텔처럼 본래 전이적인 장소가 사람 없이 불안하게 비어 있는 모습"으로 정의하며, 리미널 스페이스 미학이 2019년 백룸스 게시물의 확산을 계기로 대중적 주목을 받았다고 기술한다.

피터 헤프트가 『펄스: 과학과 문화 저널』에서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기이함은 공간이 예상치 못한 맥락에 놓일 때 발생한다. 그는 교사와 학생으로 북적여야 할 교실이 부자연스럽게 텅 비었을 때 느끼는 섬뜩함을 예로 든다. 백룸스는 바로 이 원리를 무한히 반복하는 장치다. 사무실, 복도, 수영장처럼 누군가 있어야 자연스러운 공간이 끝없이 비어 있고, 그 비어 있음에 출구조차 없다는 설정이 공포를 만든다.

가설

가설 1 — 인터넷 집단 창작의 산물. 백룸스는 단일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익명 댓글 하나를 씨앗 삼아 다수가 분산적으로 설정을 누적한 결과물이라는 견해다. SCP 재단과의 구조적 유사성, 위키 기반 '레벨' 증식, 노선 갈등의 존재가 근거다. 반박이랄 것은 거의 없으며, 이는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집단 창작'이라는 사실이 곧 콘텐츠가 무섭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 종종 지적된다.

가설 2 — 노스탤지어 증폭설. 백룸스의 미감이 옛 인터넷·옛 실내 풍경을 연상시켜, 그리움과 불안이 뒤섞인 정서를 만든다는 해석이다. 리미널 스페이스 미학이 코로나19 봉쇄(2020년 3월)와 맞물려 '예전의 일상'에 대한 향수와 함께 확산됐다는 정황이 근거로 제시된다. 반박으로는, 노스탤지어를 공유하지 않는 더 어린 세대에게도 동일하게 통한다는 점이 거론된다.

가설 3 — 불쾌한 골짜기(건축의 언캐니). 카디프대학의 알렉산더 딜과 마이클 루이스가 『환경심리학 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는, 익숙한 공간이 기대에서 미묘하게 어긋날 때 '건축적 불쾌한 골짜기'가 발생해 불안을 유발한다고 본다. 백룸스의 어긋난 비례·무한 반복이 여기에 부합한다. 반박으로는, 이 효과가 백룸스 인기의 일부를 설명할 뿐 밈으로서의 폭발적 확산까지 모두 해명하지는 못한다는 점이 있다.

현재 상태 / 문화적 영향

더 백룸스의 '현상'은 실재 검증의 대상이 아니라 허구이므로, 본 아카이브는 그 진위를 '미해결(전설·허구)'로 분류한다. 검증할 수 없는 것은 괴담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왜 이토록 빠르고 넓게 퍼졌는가 하는 문화적 동학이다.

문화적 영향은 분명하다. 백룸스는 수많은 인디 호러 게임과 영상, 2차 창작을 낳았고, 케인 픽셀스 시리즈를 거쳐 장편 영화화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백룸스는 익명 댓글 한 줄이 위키 협업과 영상 제작을 거쳐 거대한 공유 세계관으로 자라나는, '현대 인터넷 괴담의 형성' 과정을 압축해 보여 주는 사례로 남았다. 단일 저자도, 공식 원전도 없이 다수가 함께 짓는 디지털 시대 민담의 한 전형이다.

출처

  1. The Backrooms — Wikipedia
  2. The Backrooms — Know Your Meme
  3. Liminal space (aesthetic) — Wikipedia
  4. Backrooms (web series) — Wikipedia
  5. The Backrooms (Found Footage) — Know Your M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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