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결초자연현상

데번의 악마 발자국

1855년 2월 어느 밤, 영국 데번주의 눈밭에 갈라진 발굽 모양의 단독 발자국이 수십 마일에 걸쳐 일직선으로 찍혔다. 지붕과 높은 담, 얼어붙은 강과 배수관까지 가로지른 이 자국은 '악마의 발자국'으로 불리며 공포를 일으켰고, 170년이 지난 지금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1855년 2월영국 데번주12분 분량

개요

데번의 악마 발자국은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가장 유명한 자연 미스터리 중 하나다. 단독으로 곧게 뻗는 발자국이 어떤 장애물에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본 사람들이 곧장 '악마'를 떠올렸다는 점 때문에 오늘날까지 회의주의자와 초자연론자 양쪽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이 글은 당대 기록이 실제로 말하는 것과, 그 위에 덧씌워진 과장·전설을 구분해 살펴본다.

배경 — 1855년 겨울의 데번

1855년 초 영국은 유난히 혹독한 겨울을 겪고 있었다. 데번 남부와 동부의 농촌 마을들은 눈에 덮였고, 엑스 강 어귀를 따라 엑스머스(Exmouth)·톱샴(Topsham)·돌리시(Dawlish)·테인머스(Teignmouth) 등 여러 마을이 사건의 무대가 되었다.

당시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기 4년 전으로, 시골 공동체에서는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보다 종교적·민간신앙적 해석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던 시대였다. 눈밭에 갑자기 나타난 갈라진 발굽 자국은 곧 성서적 상상력과 결합했고, 교회 강단에서까지 이 문제가 거론되었다.

타임라인

  1. 1855-02-08~09
    데번 엑스 강 어귀 일대에 큰 눈이 내린 뒤 밤사이 정체불명의 발자국이 찍힘(이후 한두 밤 더 발견)
  2. 1855-02-09 이후
    엑스머스·톱샴·돌리시·테인머스 등 30여 곳에서 갈라진 발굽 모양 단독 발자국 보고. 주민 공포 확산
  3. 1855-02 중순
    교회 강단에서 사건이 언급되고, 일부 주민은 해가 진 뒤 외출을 꺼림
  4. 1855-02-16
    《타임스(The Times)》가 데번의 발자국을 보도
  5. 1855-02-18
    《위클리 디스패치(Weekly Dispatch)》 보도(이후 호주 《벨스 라이프》 등에 전재)
  6. 1855-02-24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에 100마일 연속 행렬·14피트 담 통과 등 가장 극적인 묘사를 담은 편지가 실림
  7. 1855-03-03
    리처드 오언이 같은 잡지에 '오소리설'을 제기하는 편지를 발표. 머스그레이브 목사의 편지도 게재
  8. 1855-03-10
    토머스 폭스가 '깡충 뛰는 설치류'가 발굽 모양 자국을 만드는 과정을 도해로 제시
  9. 1950년
    클라이스트 세인트 조지의 목사 엘라쿰의 문서철이 발견됨 — 발자국 모사도와 미발표 편지 초고 포함
  10. 1994년
    마이크 대시가 《포티언 스터디스》에 사료를 집대성한 분석 논문을 발표 — '단일 원인 없음, 미스터리 잔존'으로 결론

기록으로 남은 사실

당대 신문은 이 사건을 비교적 빠르게 다뤘지만, 묘사는 사료마다 적지 않게 어긋난다. 무엇이 비교적 굳건한 사실이고 무엇이 한 편의 편지에서 비롯된 과장인지를 가르는 일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반면, 이 사건의 가장 유명한 이미지들 — 끊김 없는 100마일의 연속 행렬, 완벽한 일렬, 14피트(약 4.3m) 높이의 담을 그대로 넘는 자국 — 은 출처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목격담 자체가 사람마다 달랐다는 점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발자국 폭을 두고 어떤 기록은 약 7.6cm, 다른 기록(《벨스 라이프》)은 "1.5인치에서 2.5인치 사이"로 적었고, "눈 가운데가 그대로 남아 바깥 테두리만 보였으니 자국이 오목했을 것"이라는 식의 세부 묘사도 함께 전한다. 이런 불일치는 단일하고 균질한 하나의 자국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흔적이 '악마의 발자국'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핵심 의문 — 무엇이 이런 자국을 남겼나

이 사건에서 검증해야 할 질문은 명료하다. 하룻밤 사이에, 어떤 장애물에도 멈추지 않고, 한 줄로 곧게 뻗는 발굽 자국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세 가지 특징이다. 첫째, 자국이 네발짐승의 보행이 아니라 마치 두 다리로 뛰거나 도약한 듯 한 줄로 이어졌다는 점. 둘째, 집·담·강·건초더미를 우회하지 않고 곧장 가로질렀다는 점. 셋째, 지붕 위와 지름 10cm짜리 배수관 안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어느 한 가지 동물이나 원인으로 이 모든 특징을 한꺼번에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바로 이 '단일 원인의 부재'가 이후 모든 가설의 출발점이자 약점이 된다.

가설

오소리설

반박: 오소리의 발자국은 네 발 자국이 겹치는 형태이지 갈라진 발굽 모양의 단독 행렬과는 다르며, 여러 마리가 우연히 모두 일직선으로, 그것도 담과 지붕을 가로질러 같은 패턴을 남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오소리는 한겨울 깊은 눈 속에서 그렇게 활발히 장거리를 이동하지 않는다.

설치류(들쥐·생쥐) 도약설

반박: 도약하는 쥐가 발굽 모양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은 그럴듯하지만, 이것이 어떻게 약 10cm 크기로 일정하게 확대되어 수십 마일을 균질하게 이어졌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즉 설치류설은 '일부 자국'은 설명해도 '전체 현상'은 설명하지 못한다.

캥거루 탈출설

반박: 결정적으로, 위코움 롤리(Withycombe Raleigh)의 교구목사 G. M. 머스그레이브(Musgrave) 자신이 훗날 이 캥거루 이야기를 자신이 지어냈다고 인정했다. 그는 주민들이 사건을 '악마의 짓'으로 믿고 공포에 빠지는 것을 누그러뜨리려, 더 무해한 설명을 강단에서 제시했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캥거루가 탈출했는지, 그것이 어떻게 엑스 강 어귀를 건넜는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다. 머스그레이브 본인도 "나는 그 설명에 확신을 둔 적이 없다"고 적었다.

기상·풍선설

반박: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의 구전(口傳)에만 의존하는 단일 출처 주장이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떠다니는 풍선이라면 그 끝에 매달린 밧줄과 쇠고리가 나무나 굴뚝에 걸리지 않고 그처럼 길고 변덕스러운 경로를 끝까지 끌려 다녔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매우 부자연스럽다. 자국이 종종 곧고 규칙적이었다는 보고와도 잘 맞지 않는다.

장난(날조)설과 복합 원인설

반박이라기보다 한계: 대시 자신도 이 복합 원인설로 보고된 자국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그의 결론조차 "미스터리는 남는다"였다. 비와 서리가 만든 착시라는 단순 기상설은, 자국이 균일하고 선형적이었다는 보고 때문에 일찍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자연설(당시의 해석)

현재 상태 / 남은 의문

데번의 악마 발자국은 1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공식적으로 미해결로 남아 있다. 결정적 한계는 직접 증거의 부족이다. 사진 기술이 보급되기 전이었고, 자국은 며칠 사이 녹아 사라졌다. 남은 것은 신문 보도와 편지, 그리고 1950년에야 발견된 엘라쿰 목사의 문서철 속 몇 장의 모사도뿐이다. 목격담은 사람마다 달랐고, 전 구간을 하루 만에 따라가 검증한 사람도 없었다.

오늘날 연구자 대부분은 '단일하고 균질한 하나의 흔적'이라는 전제 자체를 의심한다. 한 차례 대설 위에 남은 잡다한 동물 발자국과 일부 장난,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행렬로 엮어 극적으로 묘사한 신문 편지가 결합해 '악마의 발자국'이라는 전설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흥미롭게도 2009년 노스데번에서 길이 약 5인치, 보폭 11~17인치의 비슷한 자국이 다시 발견되었을 때, 한 생물학자는 토끼나 산토끼를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왜 수많은 자국이 그토록 곧게, 한 줄로, 담과 지붕과 강을 가로질러 이어졌다고 일관되게 보고되었는가. 마이크 대시의 결론처럼, 복합 원인설로도 모든 자국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악마의 발자국'의 정체는 아마 영원히 확정되지 않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다 — 그날 밤 눈밭을 가로지른 것이 무엇이었든, 그것은 데번 전체를 공포에 빠뜨릴 만큼 낯설고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였다는 사실이다.

출처

  1. Devil's Footprints — Wikipedia
  2. The Ongoing Mystery of the 'Devil's Footprints' — Mental Floss
  3. The Mystery of the Devil's Footprints — Discovery UK
  4. The Curious Case of the Devil's Foot-Prints (The Great Devon Mystery of 1855) — Peter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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