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 스테이트 킬러
1970~80년대 캘리포니아를 공포에 빠뜨린 정체불명의 연쇄 범죄자는 40여 년간 잡히지 않았다. 2018년, 공개 DNA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유전자 계보 수사가 그를 전직 경찰관 한 명으로 좁혔다 — 법수사의 분기점이 된 사건이다.
개요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은 두 가지 의미에서 기념비적이다. 첫째, 한 사람이 12년에 걸쳐 캘리포니아 전역을 무대로 저지른 범죄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둘째,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이 사건이 풀린 방식이 그 뒤의 모든 콜드케이스 수사를 바꿔놓았다. 범인은 단서가 없어서가 아니라, 단서를 그 사람과 연결할 방법이 없어서 오래 숨었다. 범인의 DNA는 1970년대부터 확보돼 있었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인물이 어떤 수사 데이터베이스에도 등록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벽을 무너뜨린 것이 유전자 계보(genetic genealogy) 수사다. 범인 본인이 아니라 그의 먼 친척들이 취미로 가계도 사이트에 올린 DNA를 출발점 삼아, 수사팀은 가계도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용의자를 한 명으로 좁혔다. 이 사건의 해결은 동시에, 공개 DNA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수사가 정당한가라는 프라이버시 논쟁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 문서는 자극적 가해 묘사를 배제하고, 사건의 규모와 해결의 전환점에 초점을 둔다.
배경 — 따로 알려졌던 세 명의 괴물
지금은 한 사람의 소행으로 정리됐지만, 오랫동안 이 범죄들은 서로 다른 별개의 미제사건으로 다뤄졌다. 범인은 활동 지역과 수법을 바꿔가며 캘리포니아의 여러 관할 구역을 옮겨 다녔고, 각 지역 수사기관은 자기 관할의 범인에게 따로 이름을 붙였다.
이 별칭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사람의 직감이 아니라 과학이었다. 2001년, STR(짧은 연쇄반복) 분석으로 북부 캘리포니아의 '이스트 에어리어 레이피스트'와 남부의 '오리지널 나이트 스토커'의 범죄 현장 DNA가 동일인의 것임이 입증됐다. 두 개의 거대한 연쇄 사건이 사실은 하나였던 것이다. 비살리아 랜색커 범죄까지 디앤젤로와 연결됐다고 발표된 것은 2018년 검거 시점이었는데, 비살리아 경찰은 "DNA로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며 다른 정황 증거가 있었다"고 밝혔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라는 통칭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범죄 논픽션 작가 미셸 맥나마라(Michelle McNamara)가 사건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그가 사후 출간한 책 『I'll Be Gone in the Dark』는 이 미제사건에 대중적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타임라인
- 1973~1979디앤젤로가 캘리포니아 엑서터·오번 경찰서에서 경관으로 근무 (1979년 절도로 해고)
- 1974~1975'비살리아 랜색커' — 샌와킨 밸리에서 약 120건의 침입과 1건의 살인
- 1976~1979'이스트 에어리어 레이피스트' — 북부 카운티에서 50건 이상의 성폭행
- 1979~1986'오리지널 나이트 스토커' — 남부 카운티에서 다수의 살인
- 1986마지막 살인 — 이후 활동 중단,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음
- 2001STR DNA 분석으로 북부·남부 연쇄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임을 입증
- 2016FBI·지역 수사기관이 합동 발표, 현상금 5만 달러 제시
- 2017 말범인의 DNA 프로파일을 공개 계보 사이트 GEDmatch에 업로드 — 먼 친척들과 매칭
- 2018-04-18용의자 차량 손잡이 등에서 폐기 DNA 시료를 은밀히 채취해 대조 — 일치 확인
- 2018-04-24새크라멘토 자택에서 디앤젤로 체포, 1급 살인 혐의 기소 (유전자 계보로 공개 검거된 첫 사례)
- 2020-06-29살인 13건·납치 13건 유죄 인정, 161건의 추가 미기소 범행 시인 (사형 회피 답변거래)
- 2020-08-21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다중 연속 종신형 선고
확인된 사실 — 범행의 규모와 동일범 입증
용의자의 신원이 가려졌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있다. 디앤젤로는 1973년부터 1979년까지 캘리포니아 엑서터 경찰서(절도 전담 부서)와 오번 경찰서에서 경관으로 일했다. 즉 그는 침입과 수사 절차에 익숙한 인물이었다. 그는 1979년 약국에서 망치와 개 퇴치 스프레이를 훔치다 적발돼 해고됐다. 범죄 현장에 자신의 DNA를 남기고도 수십 년을 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유전정보나 지문이 어떤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에도 등록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통적 DNA 대조는 이미 등록된 사람과 비교하는 방식이라, 등록된 적 없는 그를 가려낼 수 없었다.
핵심 전환점 — 유전자 계보 수사
이 사건이 법수사 역사에 남은 이유는 풀린 방식 때문이다. 2017년 말, 사건을 오래 추적해 온 콘트라코스타 카운티 수사관 폴 홀스(Paul Holes)는 유전자 계보 전문가 바버라 레이벤터(Barbara Rae-Venter) 박사와 손잡고, 전통적 DNA 대조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핵심 발상은 이렇다. 범인 본인의 DNA는 어떤 수사 DB에도 없지만, 일반인 수백만 명은 취미로 자신의 DNA를 가계도 사이트에 올린다. 그중에 범인의 친척이 있다면, 친척과의 유전적 유사성을 출발점 삼아 가계도를 따라 범인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홀스와 레이벤터의 팀이 GEDmatch 업로드부터 신원 특정까지 걸린 시간은 약 4개월 반에 불과했다. 40여 년 묵은 미제사건이, 새로운 방법론 앞에서 한 계절 만에 무너진 것이다. 2018년 4월 24일, 디앤젤로는 새크라멘토 자택에서 체포됐다. 그는 유전자 계보 수사로 공개 검거된 첫 인물로 기록됐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유전자 계보가 그 자체로 유죄의 증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수십억 명 중에서 조사할 대상 한 명을 가리키는 나침반일 뿐이고, 실제 입증은 용의자 본인의 DNA를 현장 증거와 직접 대조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구분은 이후 논쟁에서 핵심이 된다.
의미와 논쟁
디앤젤로의 검거는 수사기관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 "이런 게 정말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미국 전역의 수사기관이 콜드케이스에 같은 방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2023년 말 기준, 유전자 계보 수사로 해결된 사건은 600건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범인 신원 특정과 신원 미상 시신 확인 포함). 이 방법은 주로 낯선 사람에 의한 연쇄 성범죄·살인 같은, 기존 수사로는 단서가 막혀 있던 사건들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 강력함은 곧바로 윤리·법적 논쟁을 불렀다.
요약하면,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은 무엇이 가능한가를 증명한 동시에 무엇이 허용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열었다. 이 사건 이후의 모든 유전자 계보 수사는, 디앤젤로 사건이 만든 가능성과 그 사건이 드러낸 윤리적 긴장 위에서 작동한다.
현재 상태
검거 이후의 절차는 비교적 신속했다. 2020년 6월 29일, 디앤젤로는 1급 살인 13건과 강도 목적 납치 13건에 유죄를 인정하고, 시효가 지나 기소되지 못한 161건의 추가 범행(피해자 61명)까지 법정에서 시인했다. 사건은 7개 카운티에 걸쳐 있었고, 6개 카운티 지방검사가 공동으로 기소를 진행했다. 이 답변거래로 사형은 구형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고령의 피고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피해자들이 종결을 얻고 진실을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선고는 2020년 8월 21일에 내려졌다. 그에 앞서 8월 18~20일 사흘간, 생존 피해자와 유족들이 법정에서 차례로 진술했다. 디앤젤로는 종신형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진술을 들었고, 선고 직전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분의 진술을 모두 들었습니다. 제가 상처 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법원은 가석방 없는 11건의 연속 종신형을 포함한 다중 종신형과 추가 형을 선고했다. 그는 사형 폐지 논쟁과 무관하게, 남은 생을 교도소에서 보내게 됐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은 결국 해결된 사건이다. 그러나 그 해결은 한 인물의 자백이나 우연한 목격이 아니라, 수십 년 전 현장에 남은 DNA 한 조각과 — 범인과 얼굴도 모르는 — 먼 친척들이 취미로 올린 유전정보, 그리고 그 둘을 잇는 새로운 방법론이 만나 이뤄졌다. 이 사건은 미제사건이 시간이 아니라 방법의 문제일 수 있음을 보여줬고, 동시에 그 방법이 우리 모두의 유전정보에 어디까지 손을 대도 되는가라는,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을 남겼다.
출처
- Joseph James DeAngelo — Wikipedia (English)
- Joseph James DeAngelo Jr. Pleads Guilty to 13 Murders, 13 Kidnappings and Dozens of Additional Uncharged Crimes — Orange County District Attorney (공식 발표)
- Golden State Killer Sentenced To Life In Prison Without Possibility Of Parole — NPR
- Golden State Killer pleads guilty to 13 murders, evades death penalty — PBS NewsHour
- Identifying the Golden State Killer: An Interview with Paul Holes and Barbara Rae-Venter — ISHI News
- GEDmatch Loophole Gave Police Access to Private DNA Data — The Intercept
- Investigative genetic genealogy — Wikipedia (English)
- The 'Golden State Killer': Inside the timeline of crimes — ABC News
Related · 관련 기록

바이블 존
1968~1969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배로랜드 무도장에서 만난 젊은 여성 세 명이 잇따라 살해됐다.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는 목격담에서 비롯된 별명만 남긴 채, 대규모 수사에도 범인은 끝내 특정되지 않았다.

케디 캐빈 살인
1981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케디의 28호 캐빈에서 한 가족과 그 지인이 결박된 채 살해됐다. 12세 막내딸은 사라졌고 3년 뒤 멀리서 유해 일부가 발견됐다. 부실한 초기 수사 끝에 사건은 40년 넘게 미해결로 남았다.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2001년 12월 대전의 한 국민은행 지점에서 무장 강도 두 명이 출납 직원을 살해하고 현금 약 3억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사건은 약 21년간 미제로 남았으나, 현장 유류품에서 검출한 DNA가 한 불법 게임장의 담배꽁초와 일치하면서 2022년 두 사람이 검거됐고 이후 유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