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중음모론

터르터리아 서판

1961년 루마니아 터르터리아의 신석기 유적에서 발굴된 빈차 문화의 점토판 3점. 새겨진 기호가 수메르 쐐기문자보다 1천 년 이상 앞선 '세계 최고(最古) 문자'라는 주장과, 단순한 상징·소유 표시일 뿐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보존 처리로 직접 연대측정이 불가능해진 데다 발굴 정황 기록도 부실해, 기원전 5300년경이라는 연대조차 논쟁 중이다.

기원전 5300년경(논쟁)루마니아 터르터리아10분 분량

개요

터르터리아 서판이 유명해진 까닭은 단순하다. 만약 이 점토판이 정설대로 기원전 5천 년대의 유물이고 그 위의 기호가 '문자'라면, 인류 최초의 문자로 통하는 메소포타미아 우루크의 원시 쐐기문자(기원전 3300년경)보다 무려 1천 년 이상 앞서게 된다. '문자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는 통설을 뒤집고, 문명의 무게중심을 근동에서 유럽 발칸으로 옮기는 주장이 여기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매혹적인 결론에는 두 개의 깊은 균열이 있다. 첫째, 새겨진 것이 정말 언어를 기록한 문자인가. 둘째, 점토판이 정말 그만큼 오래되었는가. 두 질문 모두 아직 닫히지 않았다.

배경 — 빈차 문화와 발견

타임라인

  1. 기원전 5700~4500경
    발칸 일대에서 빈차·투르더시 문화 번성(빈차 기호의 시대)
  2. 1961
    니콜라에 블라사, 터르터리아 유적 구덩이에서 점토판 3점·인물상 26점·여성 인골·조개 팔찌 발굴
  3. 1961~1963
    블라사가 점토판을 '원시문자'로 해석, 수메르 그림문자와 비교하며 논쟁 점화
  4. 1960년대
    클루지 박물관 보존부가 굽지 않은 점토판을 보존 위해 가열 처리 → 직접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불가능해짐
  5. 1960~70년대
    콜린 렌프루 등 회의론자, 기호의 '문자성'과 연대 신뢰성에 의문 제기
  6. 1990년대~
    김부타스·하르만 등, '옛 유럽 문자'·'다뉴브 문자'설로 원시문자 주장 재점화
  7. 2000년대
    메를리니·라자로비치, 발굴 정황·층위를 재조사하며 연대와 진위 논쟁 정리 시도

서판 / 기호의 특징

핵심 의문

첫째 의문은 이것이 문자인가다. 문자라면 음성 언어를 일정한 규칙으로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터르터리아 서판을 포함한 빈차 기호는 긴 연쇄가 거의 없고, 같은 기호 배열이 여러 유물에 반복되는 '문법적' 패턴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수메르 문자와 닮아 보이는 것은, 회의론자에 따르면 그림문자가 본래 서로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있다.

둘째 의문은 연대를 신뢰할 수 있는가다. 결정적 문제는 점토판이 원래 굽지 않은(unbaked) 상태였다는 데 있다. 발견 후 클루지 박물관 보존부 직원들이 점토판을 보존하려고 가열 처리하면서, 점토판 자체에 들어 있던 탄소 시료가 교란되어 직접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연대는 같은 구덩이에서 나온 뼈·숯 등 다른 유물을 측정한 값을 점토판에 '간접 적용'하는 방식으로 추정된다.

가설

현재 상태

터르터리아 서판은 발견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이 아니라 '논쟁 중'이다. 학계의 대체적 무게중심은 신중한 쪽으로 기운다. 점토판이 빈차·투르더시 문화의 진품 유물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으나, 그 위의 기호가 음성 언어를 기록한 '문자'라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의 평가다. 빈차 기호 전반에 대한 현재의 폭넓은 합의는, 이것들이 단일한 문자 체계라기보다 소유·정체성 표시나 종교·의례적 의미 등 여러 용도를 가진 상징군에 가깝다는 쪽이다.

연대 문제 역시 미결로 남아 있다. 보존 과정의 가열 처리로 점토판 자체의 직접 측정이 영구히 막혔고, 발굴 기록의 공백 탓에 간접 연대값의 신뢰성을 끝까지 검증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원전 5300년경'이라는 숫자에는 항상 '논쟁'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비슷한 새김 유물인 불가리아의 그라데시니차 점토판과 그리스 북부의 디스필리오 점토판이 같은 논쟁의 자장 안에 있다.

정리하면, 터르터리아 서판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유럽이 수메르를 이겼는가'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를 '문자'라 부를 것인가, 그리고 부실하게 기록된 한 번의 발굴 위에 얼마나 큰 결론을 세울 수 있는가라는 방법론의 문제다. 매혹적인 '세계 최고 문자' 서사는 아직 증거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점토판은 여전히 답보다 물음을 더 많이 품은 채 클루지 박물관에 놓여 있다.

출처

  1. Tărtăria tablets — Wikipedia
  2. Vinča symbols — Wikipedia
  3. Settling discovery circumstances, dating and utilization of the Tărtăria tablets (Marco Merlini & Gheorghe Lazarovici) — Academia.edu
  4. Tărtăria Tablets: The Latest Evidence in an Archaeological Thriller — ResearchGate
  5. Vinča Symbols: Europe's Oldest Writing? — LingoDigest
  6. History:Tărtăria tablets — Hand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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