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스카 라인
페루 사막에 새겨진 거대한 그림들은 하늘에서야 온전히 보인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밝혀졌지만, 비행기도 없던 고대인이 왜 하늘을 향해 그림을 그렸는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개요
나스카 라인의 미스터리는 "누가 만들었나"가 아니라 "왜, 무엇을 위해 만들었나"에 있다. 비행기도 없던 고대인이 어째서 사람 눈높이에서는 알아볼 수도 없는, 하늘을 향한 거대한 그림을 사막에 새겼을까. 이 질문을 둘러싸고 천문 달력설, 물·의례설, 종교·순례설이 정당한 학술 가설로 경쟁하고 있다. 한편 "외계인 활주로"라는 유명한 주장은 학계가 의사과학으로 단호히 반박한 별개의 이야기다.
배경 — 사막과 나스카 문화
나스카 라인이 펼쳐진 곳은 수도 리마에서 남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해안 사막 평원이다. 이 일대는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로, 연 강수량이 거의 없고 바람과 침식도 매우 적다. 역설적으로, 바로 이 혹독한 건조함이 2,000년 가까이 그림을 보존해 준 조건이 됐다.
이 그림을 만든 주체는 안데스 토착 문화다. 파라카스 문화(대략 기원전 400~200년)가 이른 시기 형상들을 남겼고, 뒤이은 나스카 문화(대략 기원전 200~서기 500년)가 평원 위의 선 기반 도안 대부분을 제작했다. 나스카인은 정교한 채색 토기와 지하 수로(푸키오스) 기술로도 알려진 농경·의례 문화였다. 이들의 거대 의례 중심지였던 카우아치(Cahuachi)는 상주 도시가 아니라 순례와 제의가 이루어지던 곳으로, 의도적으로 깨뜨린 토기와 봉헌물이 다수 발견됐다.
타임라인
- 기원전 500~서기 500년경나스카·파라카스 문화가 지상화 제작
- 기원전 200~100년경'고양이' 지오글리프 제작(파라카스 후기, 가장 오래된 형상 중 하나)
- 1553스페인 연대기 작가 페드로 시에사 데 레온이 최초로 기록에 언급
- 1926~1927페루 고고학자 토리비오 메히아 셰스페가 지상에서 선을 확인
- 1939~1941미국 학자 폴 코소크가 동지 일몰 정렬을 관측, '세계에서 가장 큰 천문학 책'이라 표현
- 1941년경~독일 수학자 마리아 라이헤가 수십 년간 측량·보존, 천문 달력설 주창
- 1968제럴드 호킨스, 컴퓨터 분석으로 천문 정렬이 우연 수준임을 제시 / 폰 데니켄 『신들의 전차?』 출간
- 1994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Lines and Geoglyphs of Nasca and Palpa')
- 1998-06-08마리아 라이헤 사망
- 2014-12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보호구역을 무단 진입해 지표 손상, 공개 사과
- 2018-01트럭 운전사가 보호구역에 진입해 지오글리프 3점에 바퀴 자국 손상
- 2019-11야마가타대 연구진, 새 지오글리프 143점 발표(그중 1점은 AI가 발견)
- 2020-10약 37m 길이의 '고양이' 지오글리프 발견 공개
- 2024-09야마가타대·IBM, AI 활용으로 6개월 만에 형상형 지오글리프 303점 추가 발견(PNAS)
제작과 규모 — 확인된 사실
규모는 압도적이다. 전통적 집계로는 800개가 넘는 직선, 약 300개의 기하 도형, 약 70개의 동식물 형상이 약 50km²의 평원에 분포하며, 선의 총 길이를 합치면 1,300km를 넘는다. 형상의 크기도 제각각이어서, 벌새는 약 93m, 콘도르는 약 134m, 거미는 약 46m, 가장 긴 새 형상은 약 285m에 이른다. 일부 단일 직선은 수십 km에 걸쳐 거의 완벽하게 곧게 뻗어 있다.
제작 방식이 단순했다는 점은 실험으로도 입증됐다. 의사과학 조사자 조 니켈(Joe Nickell)은 1982년 미국 켄터키의 들판에서, 나스카인이 가졌을 법한 말뚝·끈·막대기만으로 약 134m 길이의 콘도르 형상을 재현했다. 친척을 포함한 6명이 참여해 며칠 만에 완성했고, 공중에서 내려다보거나 첨단 기술을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축소 도면 위 좌표를 같은 비율로 확대해 지면에 옮기는 방식이면 충분했다.

핵심 의문 — 왜 하늘을 향해 그렸나
확인된 사실들을 모으면 역설이 도드라진다. 나스카인은 분명 이 그림들을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만들었느냐가 풀리지 않는다. 거대한 형상은 사람 눈높이에서는 전체 윤곽을 알아볼 수 없고, 온전한 모습은 상공에서야 드러난다. 비행 수단이 없던 고대인이 어째서 스스로는 볼 수 없는 그림을 사막에 새겼을까. 그림을 보는 대상은 누구였을까—하늘의 신이었을까, 아니면 그림 자체가 보는 것이 아니라 걷는 것이었을까. 이 질문이 나스카 미스터리의 핵심이다.
가설
현재 상태 — 남은 의문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19년 야마가타대 연구진은 새 지오글리프 143점을 발표했고(그중 1점은 AI가 발견), 2020년에는 약 37m 길이의 '고양이' 지오글리프가 공개됐다. 2024년에는 야마가타대와 IBM이 인공지능을 전 지역에 적용해 6개월 만에 형상형 지오글리프 303점을 추가로 찾아냈다. 알려진 형상형 지오글리프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새 발견들은 부조형 그림(사람·가축·잘린 머리 등)이 옛 보행로 가까이에 개인·소집단 단위로 배치된 반면, 거대 선형 그림(야생 동물 위주)은 공동체 의례용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이 유산은 위협받고 있다. 홈이 겨우 10여 cm 깊이로 얕아 기후변화에 따른 돌발 홍수와 침식, 도시 확장, 무단 진입에 매우 취약하다. 2014년에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보호구역에 무단 진입해 지표를 손상시켜 공개 사과했고, 2018년에는 트럭 운전사가 보호구역에 들어가 지오글리프 3점에 깊은 바퀴 자국을 남겼다. 2,000년을 버틴 그림이 정작 현대에 와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나스카 라인은 "어떻게 만들었나"의 답은 내주었지만, "무엇을 향한 그림이었나"라는 물음만큼은 아직 사막의 침묵 속에 남겨 두고 있다.
출처
- Nazca Lines — Wikipedia
- Why the Nasca lines are among Peru's greatest mysteries — National Geographic
- Lines and Geoglyphs of Nasca and Palpa —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 AI-accelerated survey nearly doubles known Nazca geoglyphs (Sakai et al.) — PNAS
- Joe Nickell: Ancient Astronauts and the Nazca Lines — Point of Inquiry (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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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카스 칸델라브라
페루 파라카스 반도의 해안 절벽에 깊이 새겨진 180m 높이의 거대한 삼지창. 바다에서 19km 밖까지 보이는 이 촛대 모양 지상화를 누가, 왜 새겼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항해 표지에서 비라코차의 번개창까지 가설은 무성하지만, 제작자조차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블라이드 지상화
미국 캘리포니아 블라이드 인근 콜로라도강 사막에 새겨진 거대 인물·동물 지오글리프 무리. 가장 큰 인물상은 길이 약 52m에 이르며, 어두운 사막 표면을 긁어내 밝은 흙을 드러내는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1932년 비행기에서 재발견되었고, 모하비·케추판 원주민 창조신화의 조물주 마스탐호와 산사자 하타쿨랴 형상으로 해석된다. AMS 방사성탄소 연대는 기원전 900년~서기 1200년에 걸쳐 있어 정확한 제작 시점과 의도는 여전히 부분적으로만 풀려 있다.

바알베크 거석
레바논 바알베크(고대 헬리오폴리스)의 로마 유피테르 신전 기단에는 길이 19m, 무게 약 800톤에 이르는 초대형 석재 세 개, 이른바 트릴리톤이 깔려 있고 인근 채석장에는 1,650톤에 달하는 미완성 석재가 남아 있다. 800~1,650톤급 석재를 어떻게 잘라 옮기고 6m 높이 벽에 끼워 넣었는지가 오랜 의문이며, 학계는 로마의 토목 공학으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