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더스트호 STENDEC
1947년 안데스 상공에서 사라진 영국 여객기 스타더스트호. 마지막 모스부호 'STENDEC'을 남기고 11명과 함께 자취를 감췄고, 50여 년 뒤 빙하에서 잔해가 드러나며 추락 원인은 밝혀졌으나 그 단어의 뜻은 여전히 미궁이다.
개요
스타더스트호 사건이 특별한 이유는 두 겹의 수수께끼가 포개져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거대한 여객기가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가라는 실종의 미스터리이고, 다른 하나는 사라지기 직전 무선사가 보낸 의미불명의 마지막 단어 'STENDEC'이다. 앞의 수수께끼는 반세기 뒤 빙하가 답을 토해내며 풀렸지만, 뒤의 수수께끼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배경 — BSAA와 스타더스트
영국남미항공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출범한 신생 항공사로, 남대서양과 남미 노선을 개척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회사를 이끈 인물은 전쟁 영웅이자 폭격기 항법의 권위자였던 돈 베넷(Don Bennett) 공군 부원수였다. BSAA는 남아도는 전시 폭격기를 여객기로 개조해 운항했는데, 스타더스트호 역시 그렇게 태어난 기체였다.
문제의 비행 구간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안데스를 넘어 산티아고에 이르는 노선이었다. 안데스산맥은 평균 고도가 높고 기상이 험악해, 당시 여객기로서는 봉우리들을 피하기 위해 약 7,300m(2만 4천 피트)까지 올라가야 하는 까다로운 항로였다. 기장은 전쟁 중 무공훈장(DSO·DFC)을 받은 베테랑 조종사 레지널드 쿡(Reginald Cook)이었고, 승무원 다섯 명은 모두 RAF 출신의 노련한 항공인이었다.
타임라인
- 1946영국남미항공(BSAA) 출범, 남미 노선 운항 시작
- 1947-08-02 13:46스타더스트호, 부에노스아이레스 모론 공항 이륙
- 1947-08-02 17:41마지막 교신 — 'ETA 산티아고 17:45 STENDEC'(STENDEC 3회 반복)
- 1947-08-02 17:45 이후예정 착륙 시각 도달, 그러나 비행기 미도착 — 통신 두절
- 1947-08돈 베넷 지휘 아래 5일간 수색, 잔해 미발견
- 1947~50여 년간 잔해 미발견 — 음모설·UFO설 확산
- 1998아르헨티나 등산가들이 투풍가토 빙하에서 엔진·잔해 발견
- 2000아르헨티나 군 탐사대, 프로펠러·바퀴·유해 수습
- 2002DNA 분석으로 희생자 다수 신원 확인
STENDEC — 마지막 신호의 수수께끼
이 한 단어가 사건을 단순한 항공사고가 아닌 미스터리로 만들었다. 모스부호를 잘못 친 단순 오타라고 보기에는, 무선사가 세 번이나 또박또박 같은 부호를 반복했다는 점이 걸렸다. 무언가 의도가 담긴 신호였을까, 아니면 마지막 순간 조종실에 닥친 이상 상황의 흔적이었을까. STENDEC은 이후 70여 년간 항공사·아마추어 암호 해독가·UFO 신봉자 모두를 사로잡는 미끼가 됐다.
1998~2000 빙하의 잔해 발견
잔해가 그토록 오래 발견되지 않은 까닭은 추락 지점의 지형 때문이었다. 조사관들은 비행기가 고지대의 가파른 빙하 사면에 충돌했고, 그 충격으로 눈사태가 일어나 잔해 전체가 순식간에 얼음 속에 매몰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1947년의 수색대는 엉뚱한 지역을 뒤졌고, 설령 사고 지점을 지나갔더라도 빙하 아래 묻힌 잔해를 볼 수는 없었다.
사고 원인 — 제트기류
문제는 위치 계산이었다. 두꺼운 구름 탓에 지상을 보고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던 쿡 기장은, 항법 추측(추측항법)으로 비행기가 이미 안데스의 봉우리들을 넘어 산티아고 평원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강한 맞바람이 기체의 실제 전진 속도를 크게 떨어뜨려, 비행기는 생각보다 훨씬 뒤처져 여전히 산맥 한가운데에 있었다. 산티아고를 향한다고 믿으며 시작한 하강이, 사실은 구름에 가린 투풍가토산을 향한 하강이었던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사고는 흔히 '제어된 상태의 지형 충돌(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로 분류된다. 기계 고장이나 폭발이 아니라, 멀쩡히 비행하던 비행기가 위치를 오판해 보이지 않는 산에 그대로 부딪힌 것이다. 50년간 무성했던 음모·UFO설은 이 평범하고도 비극적인 항법 오류 앞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핵심 의문 / 가설
빙하가 추락의 진상을 밝힌 뒤에도, STENDEC의 의미만은 끝내 풀리지 않았다. 여러 해독설이 제시됐지만 어느 것도 확정되지 못했다.
스타더스트호는 풀린 수수께끼와 남은 수수께끼가 또렷이 갈리는 드문 사례다. 비행기는 어디로 갔고 왜 떨어졌는가 — 이 물음은 빙하와 제트기류가 답했다. 그러나 마지막 무선사가 세 번이나 보낸 그 한 단어가 무슨 뜻이었는가 — 이 물음만은, 그를 포함한 11명이 얼음 속에 묻힌 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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